뉴질랜드 대장암 검진 연령 변경 논란: 형평성을 위한 정책인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결정인가?

2025. 3. 13. 16:57뉴질랜드 정보/뉴질랜드 뉴스



뉴질랜드 정부가 대장암(보웰 캔서, Bowel Cancer) 검진 연령을 58세로 통일하면서 기존에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에게 제공되던 50세 조기 검진이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연구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채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 형식적 평등이 실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대장암은 뉴질랜드에서 심각한 사망 원인 중 하나로, 특히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들에게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보인다. 기존 정책에서는 이러한 인구집단을 고려하여 50세부터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새로운 정책에 따라 이 혜택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오클랜드 대학 태평양 및 글로벌 건강 연구소의 공동 소장인 **콜린 투쿠이통가 경(Sir Collin Tukuitonga)**은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들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명확한 연구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연령 기준을 적용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책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동기로 추진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특정 인종 집단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생명을 희생하는 결정"이라는 비판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빌리아미 풀로카(Dr. Viliami Puloka) 박사**는 정부가 이번 정책 변경을 통해 의료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장암 검진의 핵심은 조기 발견인데, 8년을 기다린다면 이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검진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생명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뉴질랜드 대장암 협회(Bowel Cancer New Zealand)의 이사인 레이첼 아페아키(Rachel Afeaki)** 역시 이번 정책 변경이 '겉보기에 공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평등을 초래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의 대장암 사망률은 다른 집단보다 63%나 높은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인 연령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

## 정부의 입장: "더 많은 검진 기회를 제공할 것"

이에 대해 **시메온 브라운(Simeon Brown) 보건부 장관**은 "모든 뉴질랜드 국민이 신속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정책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대장암 검진률을 호주 수준과 맞추기 위한 첫 단계이며, 추가적인 대장내시경 자원과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호주의 대장암 검진 연령 기준은 45세이다.  

또한, 브라운 장관은 **"58세로 검진 연령을 낮추면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만을 대상으로 50세 검진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변경을 통해 향후 25년간 8,479건의 추가 검진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176명의 생명을 더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마오리와 태평양 섬 주민의 낮은 검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4년간 1,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검진 연령 기준은 오는 **10월부터 Health NZ 4개 지역 중 2곳에서 우선 시행되며, 나머지 2곳에서는 2026년 3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

## 전문가들: "형식적인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건강 형평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평등을 강조한 정책이 오히려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인종별 건강 격차를 고려한 보다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대장암 협회(Bowel Cancer New Zealand)**는 정부와 협력하여 50세부터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연령을 다시 조정하고, 마오리 및 태평양 섬 주민들에게는 45세부터 검진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결론: 형평성을 위한 정책인가, 불평등을 초래하는 결정인가?

뉴질랜드 정부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기준으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형식적인 평등이 아닌, **실질적인 건강 형평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